대만 여행의 첫 단추는 역시 먹는 것으로 끼워야 제맛이다.
대만 밀크티의 원조라는 춘수당에 들어서는 순간, 괜히 자세부터 바르게 고쳐 앉게 된다.
‘원조’ 앞에서는 예의를 차려야 할 것 같달까. 한 모금 마셔보니 이유를 알겠다.
달달함으로 밀어붙이지 않고, 차가 “나 차야” 하고 당당히 자기소개를 한다.
진주가 없어도 전혀 허전하지 않다. 오히려 괜히 넣으면 차 맛이 삐칠 것 같다.
밀크티를 마시며 든 생각은 하나. “아, 이래서 유행은 가도 원조는 남는구나.”

배를 살짝 채운 뒤 향한 곳은 228공원.
이름은 숫자인데 분위기는 전혀 가볍지 않다.
도심 속 공원이라 산책 나온 사람들도 많지만,
이곳은 대만 민주화운동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.
웃고 떠드는 관광지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여행의 묘미다.
장난기 많던 표정도 자연스럽게 진지해진다.
“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여행 다니는 게 그냥 된 게 아니구나” 하고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인다.
짧은 참배를 마치고 나오며, 여행 중 가장 조용한 사진을 이곳에서 남겼다.
웃는 얼굴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장소다.

이제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릴 차례, 목적지는 예류.
바다와 바람이 수천 년 동안 쉼 없이 조각질한 기암괴석들이 줄지어 서 있다.
자연이 이렇게 부지런할 줄은 몰랐다. 그중에서도 스타는 역시 여왕바위.
사진으로 봤을 때도 신기했지만 실제로 보니 더 대단하다.
“이건 누가 봐도 여왕이네”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.
바람 맞고 파도 맞으며 저런 우아한 목선을 유지하다니,
대체 어떤 관리 비법을 쓰는 걸까.
인간이었으면 이미 거북목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.

돌아보면 이번 여행은 참 균형이 좋았다.
춘수당에서는 혀가 행복했고, 228공원에서는 마음이 숙연해졌으며,
예류에서는 눈과 입이 동시에 벌어졌다. 대만은 이렇게 맛있고, 깊고, 웃기기까지 한 나라였다.
밀크티 한 잔으로 시작해 여왕바위로 끝나는 하루, 이 조합 의외로 꽤 괜찮다.